서울을 중심으로 전국으로 번진 ‘전세대란’이 정부 정책 여파로 수요가 늘고 공급이 줄어든 데 따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부동산시장 관련 각종 규제가 얽히면서 서울에선 집을 구하는 세대수가 크게 늘어난 반면
입주물량은 줄어드는 수급불균형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전세대란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저금리’보다는 공급 부족의 영향이 더 크다는 의미다.
5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서울 인구는 올 10월 기준 952만6418명이다.
전년 동기 956만8213명보다 4만명 이상 줄었다. 그러나 세대수는 그보다 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세대수는 419만663가구에서 428만4717가구로, 오히려 9만4000여가구가 늘었다.
세대수가 늘면 그만큼 매매나 전세 등 집을 구하려는 수요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반면 입주물량은 새 집을 구하려는 수요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4만8719가구로, 늘어난 세대수에 턱없이 부족하다.
문제는 앞으로 이 같은 ‘세대 분리’는 증가하는 한편, 입주물량은 감소한다는 데 있다.
‘전세대란’이 더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재국 금융연수원 겸임교수는 “결혼 등으로 인한 자연적인 세대 분리도 있지만
부동산 관련 세제 규제가 사실상 주민등록상 거주 세대를 기준으로 강화되면서 인위적 세대 분리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집에 사는 부모와 자식이 각각 집을 소유할 경우 취득과 보유 및 매도 시
모두 세금이 늘어나는 데다 청약제도에서도 소득이 있는 20대 후반의 경우 세대 분리가 가점을 얻기에 유리하다.
이 교수는 “결혼 후 천천히 독립하려던 젊은 세대가 계획을 앞당기면서 원룸이나 투룸 수요가 늘고
결국 아파트 전세 수요도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세대수는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잇달아 내놓는 것과 맞물려 크게 늘었다.
서울에서 2016년(405만7239가구)에서 2018년(413만4389가구)까지 3년간 세대 증가 수는 7만7150가구로,
최근 1년 증가폭보다 2만여가구나 적다. 부동산시장전문가들은 2018년 이후 다주택과 고가주택에 대한
세금 규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한 데 따른 인위적 세대 분리 가속화가 나타난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다.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2만5120가구로, 올해보다 2만여가구가 감소한다.
수요 증가가 예정됐는데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셈이다.
게다가 서울 아파트의 30% 가까이는 ‘전세 계약갱신청구권’에 묶일 가능성이 큰 매물로 집계된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서울 주택 295만3964채 가운데
최근 2년간 전세계약 물량은 81만365채로 이들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향후 임대차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작다”면서
“전셋값은 내년에도 5%가량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전세난의 주요 원인으로 거듭 ‘저금리’를 언급하고 있다.
김 장관은 지난 4일에도 국회에서 “(전세대란의) 근본적인 원인은 코로나를 겪으면서 기준금리가 0.5%로 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